▶ 반짇고리 인터뷰

40여재 한약재로 천연섬유 옷, 반짇고리

2016.01.08

한옥 천연염색 공방 @JOGAKBO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 @반짇고리

계절따라 천천히 물들어가는 한옥, 요즘같이 빨리 돌아가는 세상에, 볕 잘드는 마당에 '평생 놀거리'를 펼쳐놓은 사람들이 있다. 대구 남구 봉덕동에 위치한 천연염생 공방 '반짇고리'다. 2000년도부터 천연염색과 복지사업에 관심을 가졌던 김순자 대표(55)는 2012년 본격적으로 사회적 기업을 열어 천연염색에 뛰어들었다.
"전 세계에 우리나라만큼 사계절이 뚜렷해 철 따라 염료를 구하는 곳이 많지 습니다. 우리 들에 나는 풀, 잎, 꽃, 나무 다 되지요. 분포된 식물과 광합성 염료를 합하면 480여종이 있습니다"라는 설명이다. 쑥만 해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쑥 색이 모두 다르다. 봄철 뜯지 않은 쑥은 사람 키만큼 크는데, 베어서 쓰면 줄기에 탄닌이 들어있어 이를 끓여 염색을 한다.

(40여재 한약재 사용해 천연 섬유 달이는 '슬로우' 제품)

반짇고리 상보 @JOGAKBO

반짇고리 매장 @JOGAKBO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염료는 또 있다. 밤을 삶고 난 까만 물은 탄닌이다. 집에서도 흰 명주나 실크, 면 손수건을 넣고 조물조물 하여 건져 말린다. 이를 두어 번 반복하며 녹슨 못의 쇳물을 조금 넣으면 염색이 된다. 양파는 껍질을 버리지 말고 모았다가 끓여, 복숭아 물 들일 때 쓰는 백반을 조금 넣으면 노란색이 곱게 나온다. 철도 백반도 몸에 나쁜 재료가 아니다.
반짇고리에서 활용하는 염료는 40여가지, 모두 한약 재료다. 도심이어서 산으로 뜯으러 가지는 못하고, 인근역 약령시장에서 약재를 사온다. 보관해놓고 색에 따라 끓인다. 푸른 빛을 내는 '쪽'은 마당에 심어 뜯어 쓴다. 모기에 물려 가렵고 발갛게 부풀어보른 데에는 쪽을 뜯어 으깨어 붙이면 금세 가라앉는다. 황토는 3억 마리 미생물이 살아 숙면과 피부미용에 도움을 준다.
천연염색은 합성 섬유에는 먹히지 않는다. 실크, 인견, 모시, 삼베 등 자연적으로 결합되는 섬유에만 염색이 된다. 분자와 분자결합이 가능하다는 건 '살아있다'는 의미다. 버리면 미생물과 결합해 흙으로 돌아가 썩는다. 요즘은 천연섬유도 다양해져 실크, 한지, 면, 인견과 광목 등의 재질을 섞어 짜기도 한다. 모두 친환경 섬유이기에 아토피 등 피부 트러블에 확실히 좋다.
원단과 염료를 구해서 염색을 하는 데까지 최소 일주일에서 20여 일이 걸린다. 염료에 담갔다가 꺼내어 말리는 과정을 3번에서 5번, 7번까지 반복한다. 깊은 채색감을 위해서다. 안에서 배어 나오는 색과 밖에 입혀진 색이 겹쳐져 입을 수록 좋은 색이 나온다. 공들여 염색을 끝내면 디자인을 해서 바느질을 한다. 제품 하나가 나오기까지 한 달여가 걸리니 참 느린셈이다.

(천연염색 베개, 이불, 의상부터 체험, 교육  프로그램까지)

반짇고리 유아 제품 @JOGAKBO

반짇고리 침구류와 의상 @JOGAKBO

하지만 이런 '슬로우' 제품을 알아주는 고객들이 있다. 커텐이나 조각보 등은 시골에서 찻집이나 공방하시는 분들이 도매로 가져가 판매한다. 대구시 외곽의 팔공산 일대 한정식 집에 가면 반짇고리 표 팔각무늬 커텐이 참 많이 달려 있다고 한다. 베개, 이불 등 침구 류는 전원주택에서 수요가 많다. 새집증후군을 피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하며 천연염색 제품을 찾는 고객도 더러 있다.
전문 디자이너를 들여 의류 제품에도 신경 쓰고 있다. 전통한복에서 생활한복으로, 다시 일상 패션으로 천연염색 의상은 진화 중이다. 겨울에는 울과 캐시미어, 여름에는 면, 마, 한지, 삼베 등을 쓰는데, 간결하면서도 딱 떨어지는 의상을 만들고자 한다. 직장, 결혼식장, 시장 어디에 가든 무난하게, 열심히 살고 자부심 있는 커리어 우먼들이 입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주 고객은 40대 후반에서 60대로 연령대가 높지만, 가장 욕심나는 제품은 임부복과 신생아용 제품이다. 감, 쪽, 황토 이런 염료는 전자파를 차단해주고 편안한 잠을 잘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황토를 제외한 모든 천연염색 제품 세탁은 드라이를 맡기거나, 중성세제를 구해 울 코스로 세탁기를 돌리면 된다. 일반 세제는 알칼리 성이기 때문에 요주의, 샴푸나 주방세제를 활용하면 된다.
또 다른 주력 상품은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이다. 나주 문화재단의 대구 공식 기관으로, 관광객을 비롯한 어린이 및 성인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취미반, 자격증반, 창업반의 정규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반짇고리의 시작에는 미혼모, 한부모 가정 여성의 자립 지원이 있었다. 취약계층 고용 및 교육을 통해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닌, 희망을 불어넣는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다.

기고: 조각보 (http://jogakbo.net/)
출처: http://blog.naver.com/se365company/220591217655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주)반짇고리 김순자 대표 인터뷰

(주)반짇고리 김순자 대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기업, 반짇고리입니다.”

파아란 하늘을 닮은 쪽빛. 인위적으로 만들어내 시각을 자극하는 색이 아닌 마음을 평안하게 만드는 색. 천연염색은 자연스럽고도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재료를 이용해 원단에 색을 입히는 거라 몸에도 이롭다. 이런 매력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천연염색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우연히 접한 천연염색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주)반짇고리의 김순자(사진·54)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만나서 반갑습니다. 대표님 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주)반짇고리 대표 김순자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염색을 배우게 됐는데 그걸 계기로 이렇게 회사까지 키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색이 좋아서 염색에 흥미를 갖게 됐고 한국의 색을 찾겠다며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연구하고 공모전이나 전시회에 출품하면서 국내에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일본이나 인도 쪽의 천연염색을 알고 나니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고군분투했습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하네요. 


- 반짇고리는 어떤 기업인가요?

반짇고리는 천연염료로 염색을 하고, 그 원단으로 옷이나 침구류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주식회사입니다. 사회적 기업이며, 벤처기업인증도 받은 곳이죠.
혹시 사회적 기업에 대해 아시나요?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경보호처럼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을 통해 영리를 창출하는 기업입니다. 기업의 영리성과 자선의 사회성을 통합한 새로운 개념의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자선단체와는 달리 기업이 수익을 냄으로써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추구하는 것이죠. 사실 사회적 기업을 하기 이전에 시설을 짓고 싶었는데, 시설을 짓기에는 제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 일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2011년에 반짇고리를 주식회사로 전환했고, 2012년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 2013년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았어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됐는데, 그동안 알게 모르게 해왔던 것들이 좋은 작용을 한 거 같아 기뻤습니다.


- 사회적 기업을 세우게 된 계기가 있나요?

반짇고리를 하기 전에 작은 사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IMF가 터졌고, 저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됐죠. 그때 많은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았어요. 대가를 바라고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저를 위해서 도와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회복지 분야에 관심이 생겼고, 학위를 따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수업을 들을 만큼 주변의 도움이 저를 변하게 만들었어요. 나만 잘 먹고 잘살기보다 더불어 사는 삶의 행복을 알게 됐거든요. 받은 만큼 베풀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사회적 기업을 세우게 됐어요. 특히 저는 여성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반짇고리에서 제공하는 일자리도 한 부모 여성이나 미혼모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 천연염색이란 무엇인가요?

천연염색은 화학염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염료를 사용해 옷감에 물을 들이는 것입니다. 천연염료로는 숯, 황토, 치자, 감, 쑥, 쪽, 홍화, 울금, 정향, 소목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흔히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염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리고 각각의 재료가 가진 효능도 달라서 자신에게 필요한 성분을 선택할 수도 있죠. 
딸아이가 시집을 갈 때, 사돈이 아토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황토로 염색한 원단으로 침구류와 잠옷을 만들어 보냈어요. 먹는 약은 아니니 아토피 증상이 완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맨살이 닿는 침구류이다 보니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요. 화학염료보다 천연염료를 사용한 제품들이니 당연히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을 수밖에 없죠. 
얼마 전에 인견을 염색했는데, 건조한다고 널어놨더니 벌레가 갉아 먹었더라고요. 벌레들에게는 인견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먹잇감인데 거기에 천연염료라는 맛있는 양념까지 합쳐지니 얼마나 맛있겠어요. (웃음) 그만큼 안전한 제품이고 우리 몸에도 좋은 제품이죠. 


- 천연 염색을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 반짇고리에서 취미반과 지도사 자격증반을 운영하고 있어요. 취미반은 매주 목요일 오전에, 자격증반은 매주 토요일에 수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선 취미반은 천연염색의 기본을 배우는 수업이에요. 보통 1년 이상 수업을 듣고,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기도 해요. 그리고 자격증반은, 직업능력개발원에서 발급하는 <천연염색지도사>를 따기 위한 수업인데요, 요즘 천연염색의 수요가 늘어나서 그런지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필기와 실기 시험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금산 중부대학교에서는 매주 수요일에, 대구농업기술센터에서는 매주 금요일에 강의를 진행하고 있고요. 수업 이외에는 전시회를 통해서 만나볼 수 있으니 관심이 있는 분은 전시회 일정을 참고해 주세요.

  
- 일을 통해 느끼는 보람이 있나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반짇고리를 통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가능한 한 제가 가진 것을 이용해 사회적인 약자, 특히 여성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려고 하는 편이에요. 한 가정 부모라든가 미혼모 여성 등이 당당하게 워킹맘으로 일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월급을 많이 줄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아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저를 꼽았을 때 굉장히 뿌듯했거든요. 저처럼 많은 엄마들이 자식들에게 존경받으며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사회적 기업을 세우게 됐어요. 그리고 이렇게 경제 활동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을 돌보기도 바라고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일본 오사카에 방문했을 때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선 가게를 본 적이 있어요. 도대체 무엇을 팔길래 사람들이 저렇게 줄을 서 있을까 싶어 봤더니, 100년이 넘게 이어져 오는 가방 가게였어요. 그런데 이 가게가 오직 오사카에서만 그 가방을 판매하는 거죠. 그 지역에 가야만 살 수 있는 그런 특별한 가방이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던 거예요. 그때 저도‘내가 만든 물건을 사려면 사람들이 대구를 찾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만의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천연염색을 체험할 수도 있고, 물건을 살 수도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제 꿈이에요.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